혐오로 물든 사회,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트러블러스'가 던지는 질문

혐오가 만연한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014년 6월, 혐오 세력은 퀴어 퍼레이드를 방해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추모식’을 가장하여 신촌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들은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는데 어떻게 저런 퇴폐적인 축제가 열릴 수 있느냐’고 외쳤습니다. 시위대는 4시간 동안 길바닥에 드러누워 ‘동성애는 죄악이다!’라고 외쳤고, 몇 달 후에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시민들의 애도를 강요하지 말라!’ ‘여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외쳤습니다. 이처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다큐멘터리 '트러블러스'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수자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고 의견을 표출하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혐오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다큐멘터리 '트러블러스'의 시선: 혐오의 민낯을 마주하다

다큐멘터리 '트러블러스'는 2002년 장애 여성의 자립을 다룬 '거북이 자매들', 2005년과 2007년 10대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학교 내 레즈비언 검열'과 '아웃: 성소수자 혐오 반대 프로젝트'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온 이영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혐오 발언 단체, 70대 바지씨(bajissi, 남성적인 여성) 이묵 씨의 이야기, 그리고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삶이 변화한 일본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여 혐오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는 혐오가 단순한 싫어함을 넘어, 공공 장소에서의 선동, 물리적 공격, 공포 조성, 맹목적인 적대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이 혐오의 실체를 직접 경험하게 합니다.

 

 

 

 

바지씨 이묵, 그리고 혐오 시대의 삶

영화는 혐오 공격의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지만,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끊임없이 질문받으며 70년을 살아온 이묵 씨의 삶을 조명합니다. 이묵 씨는 성소수자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던 시절을 살아왔고, 영화는 그들의 삶을 통해 혐오 시대의 고통과 연대를 보여줍니다. 이영 감독은 바지씨라는 용어가 ‘여성 택시 운전사 협회’에서 처음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용어가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와 같은 단어가 사용되기 전 시대의 성소수자들의 언어였다고 설명합니다. 이묵 씨는 도시에서는 말기를 착용하고, 고향에서는 착용하지 않는 등, 상황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거나 숨기며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혐오 시대에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3.11 대지진과 레즈비언 커플의 용기 있는 선택

영화는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결혼식을 올린 일본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의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트랜스젠더들이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성소수자 커플의 생활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이영 감독은 2012년과 2013년 한반도 전쟁설이 돌았을 때, ‘우리가 과연 난민 수용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재난 상황 속 성소수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논과 텐의 이야기는 혐오와 차별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즘 WOM: 연대의 힘

영화 제작사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즘 WOM’은 이영 감독을 비롯한 4명의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1년 6월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 영화 제작을 지속하기 위해 자원을 공유하고 함께 생활하며, 페미니스트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WOM은 15년 이상 활동하며, 긍정적인 측면과 어려움을 모두 겪었지만,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고 싶다’는 절실함으로 뭉쳐 혐오 시대에 맞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아침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저녁에는 함께 일하고 대화를 나누며 경제적, 일상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WOM은 서로 존중하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혐오에 맞서는 강력한 연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혐오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영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혐오의 사회적 분위기를 들이마시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혐오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래가 어둡게 느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이 영화는 혐오로 가득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결론: 혐오의 시대를 건너는 용기

다큐멘터리 '트러블러스'는 혐오로 얼룩진 사회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이 영화는 혐오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Q.영화 제목 '트러블러스'는 누구를 지칭하는가요?

A.처음에는 레즈비언과 게이를 지칭했지만, 사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혐오 세력은 이들을 '트러블러스'로 낙인찍지만, 영화는 혐오 세력이야말로 진정한 '트러블러스'일 수 있다고 질문합니다.

 

Q.영화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혐오 단체로부터 촬영 방해, 신상 공개 요구, 법적 조치 위협 등을 받았습니다. 이영 감독은 혐오 세력의 거짓 정보 유포와 사회적 편견 확대를 목격하며 분노와 함께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Q.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혐오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